"삼성-애플 특허전쟁과 파장"
2012년 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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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와 기술세계를 다룬 ‘사과전쟁’ 연재시절부터
내 글을 읽어온 분들이 묻는다.
요즘은 왜 기술 얘기를 하지않느냐고
내 답은 간단하다.
더 쓸 말이 없기때문이다.
기술분야의 불확실성이 제거되었고
예정된 길을 가고 있는데,
내가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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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짝퉁법정, 2011년 4월>
지난 2011년 4월, 삼성과 애플의 소송전을 막 시작할 즈음, 나는 당시 트위터에서 연재중이던 사과전쟁을 통해 “짝퉁법정”이란 글타래를 올렸다. 그 중 몇 개를 이곳에 올리겠다. 내가 1년 반 전에 쓴 글임을 감안하고 읽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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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삼성소송이 안드로이드폰 공격이라고 뻔뻔스럽게말하는 뉴스앵커의 주둥아리를 틀어막아버리고 싶었다. 대한민국 국민기업이 지금 짝퉁소송에 휘말린거다...”
“...애플의 소송이 안드로이드에 대한 공격이라고? 웃기는소리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애플디자인 (외형/UI/아이콘/상자) 카피다. 기술특허침해를다룬 HTC,모토롤라,노키아와는 차원과 격이 다르다는 말이다”
“...이번 소송엔 물론 기술침해도 들어있긴하다. 기술침해는 맞고소-합의-크로스 라이센스하면 유야무야할수있다. 지금 삼성은 이런 요행을 바라고 있지만..글쎄..”
“...애플소송전은 두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는 경쟁자(HTC, 노키아) 견제, 둘째 자기제품 카피하는 제품이나 회사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 애플은 지금 삼성이 번돈 게워내고 짝퉁제품 영구추방을 요구하는 중”
“...결국 이번 사태의 책임은 열악한환경에서 코피터지면서 열심히 일한죄밖에없는 개발자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한다. 얼마나 시간이없으면 아이콘과 상자를 카피했을까?”
“...삼성은 애플 짝퉁만들라고 직원들 조지기전에 자신들의 제품 (TV,세탁기,냉장고,컴퓨터,DVD,오디오..)들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 단 한번이라도 생각해본 적 있는지 묻고싶다”
“...결론: 국민과 언론이 오냐 오냐 감싸니까 한국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수밖에 없는거다. 나는 안티가 아니다.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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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 묻겠다.
내가 1년 반 전에 올린 이 글들에 추가로 할 말이 있겠는가?
자, 그럼 이제부터 다른 시각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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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법원 판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미국 판결 하루 전날 이뤄진 한국 법원의 판결은 세계에 유래가 없는 국제적 망신이다. 세상에, 통신표준특허를 침해했다고 판결하는 나라가 어디있나?
하나의 국제 통신표준이 완성되면, 이 표준에 포함된 특허들의 라이센싱은 해당 특허보유자들의 협의체에서 철저하게 관리된다. 통신후진국이라면 상관없지만, 대한민국은 통신의 선진국아닌가?
앞으로 국제적으로 이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FRAND를 자사의 특허 방어에 사용한 삼성과 이를 인정한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법원은 왜 이런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했을까?
그 이유는 삼성은 이미 미국에서 승산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2. 미국법원 판결>
여러분 대부분은 뉴스를 통해 결과만 들었겠지만, 나는 그 과정을 계속 관찰하고 있었다. 이쪽으로 글은 안쓰지만, 그렇다고 관심을 아주 끈 것은 아니니까.
애플은 이번 소송전을 자기 동네 법원인 산호세에서 치뤘다. 기대대로 산호세 법원은 삼성에 유리한 증거를 상당수 받아들이지 않았다. 삼성의 불운은 그것뿐이아니다.
이번 사건의 배심원 평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삼성이 애플을 베끼겠다는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다. 그런데 이번 재판과정에서 삼성 내부에서 아이폰처럼 만들라고 지시가 내려갔다고 배심원들이 판단하기에 충분한 자료들이 속속 공개되었다.
그 상황을 보면서, 나는 이런 민감하고도 결정적인 자료들의 내용자체보다 이 자료들이 어떤 경로로 흘러나왔을지가 더 궁금할 지경이었다. 그 중 구글의 메일이 평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뒷얘기가 나온다.
잡스는 생전에 애플 제품을 베꼈다고 자신이 판단한 회사는 단 하나도 살려두지 않았다. 나는 그가 죽기 전에 유언으로 남기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잡스는 충분히 그럴만한 위인이다.
결국 삼성이 가졌던 유일한 희망은 잡스의 사망으로 쿡이 삼성과 화해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애플의 새로운 선장 쿡은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나는 현재의 애플의 에코시스템 설계자가 잡스가 아닌 쿡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겉으로 감정으로 표출하는 잡스보다, 속을 알수없는 쿡이 더 무서운 사람일 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렇게 승부가 뻔한 상황에서 삼성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한국 시장을, 아니 한국시장만이라도 지켜야 한다.
<3. 한국시장 지키기>
한국 시장을 지킨다는 것이 삼성에게 그렇게 큰 의미가 있냐고 반문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내 대답은 ‘그렇다’ 이다.
삼성이 핸드폰 팔아서 올리는 대부분의 이익은 국내에서 나온다.
그럼 외국의 판매는? 세계 1위라며?
여기서 개미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핸드폰의 구매자는 소비자가 아니다. 그럼 누구냐고?
바로 캐리어들이다.
삼성 (그리고 삼성 따라가다가 결국 가랑이가 찢어진 LG) 은 세계의 캐리어들에게 매우 유리한 조건으로 도매급으로 넘김으로써 판매량을 부풀려왔다. 이때 가격이 얼마인지 여기서 언급하지 않아도, 국내 판매가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는 것쯤은 다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게라도 해서 매출을 불려야할 이유가 있었으나, 얘기가 길어지니 패스.
삼성은 그동안 이익은 국내에서, 매출은 해외에서 올리는 구조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번 미국법원의 판결로 해외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 뻔한 상황에서, 서둘러 한국 시장을 보호하는 차선책을 내놓을 수 밖에 없다.
이게 바로 한국법원이 미국판결의 하루 전 삼성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게 된 사연이다.
<4. 미국보호주의>
사실, 이 사건은 삼성과 애플이라는 단순한 기업간의 갈등을 넘어서는 매우 의미깊은 사건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틀안에서 봐야하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이 사건의 후폭풍으로 구글이 곤란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천만의 말씀.
물론 단기적으로는 안드로이드 진영이 흔들리는 것은 맞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구글은 모바일 시장에서 애플과 함께 입지를 굳히게 된다.
설마, 구글이 모토롤라를 산 것 잊어버리진 않았겠지?
한국인들이 간과하는 것이 모토롤라는 미국의 대표적인 제조업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미국의 메이져 캐리어들과 모토롤라와의 긴밀한 관계를 외국인들이 느끼는 것은 쉽지않을 것이다.
그럼 여러분이 알기 쉽게 이렇게 설명해보겠다.
통신과 네트워크은 국가 전략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핵심인프라다. 한국에서 삼성과 SK의 밀월관계와 동일한 수준의 관계를 미국 캐리어들과 모토롤라가 유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만약에, 삼성 제품이 판매금지를 맞게 되면, 구글의 인수 후 전열을 정비한 모토롤라가 그 빈자리에 들어가게 된다.
이것은 쓰리쿠션 보호무역주의인데, 이 얘기는 나중에 따로 얘기해주겠다.
<5. 모바일 시장 지각변동>
그렇다면 이런 험난한 상황에서 삼성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원래는 이 얘기를 하려고 글을 썼는데 시작도 못했다.
우선 급한데로 몇마디만 해두자.
삼성이 타격이 되는 것은 1조원의 배상금 보다, 곧 이어질 판매금지 조치다.
우선 외적 영향을 보자.
미국의 캐리어들은 삼성과의 협상테이블에서 ‘카피캣’ 이미지로 전가의 보도처럼 흔들며 가격을 후려치거나, 물량을 줄이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모토롤라에 러브콜을 보낼 것이다.
세계 경제가 긴축모드로 들어가는 상황에서 “우리 것이 좋은것이여”라는 자국 기업 우선주의는 필연이다.
자 이제, 미국만큼 큰 시장인 유럽으로 눈을 돌려보자.
유럽엔 노키아가 있다.
아...까먹고 있었는데... 아직도 안망했나? 그렇다. 아직 안망했다.
죽어가던 노키아는 신나서 “자신들이 살아야 유럽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라고 떠들고 다닐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 노키아의 컴백은 결코 만만히 볼 일이 아니다.
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손을 잡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는가?
전 MS출신인 노키아 신임 CEO가 불타는 플랫폼 어쩌구 하며 MS와 손잡은게 불과 1년 전이다. 나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아이폰 짝퉁 냄새 나는 안드로이드보다는 MS의 WM이 더 나아보인다. 지금 노키아에게 안드로이드-애플간의 진흙탕 싸움이 마지막 기회다.
<6. 삼성내부에 미치는 영향>
다음은 삼성그룹이 받게 될 내적 영향이다.
천하의 삼성에 1조원의 배상금은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스마트폰 수입금지에 따른 지속적인 캐쉬플로우 규모의 급격한 축소다.
핸드폰의 해외 판매는 이익률이 떨어지지만, 막대한 달러를 그룹에 공급해왔다. 이 거대한 매출액은 글로벌 기업 삼성의 경영에 혈액과도 같은 역할을 해왔다. 이번 사건은 삼성그룹 내 계열사간의 자금 흐름에 매우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회.계.에 커다란 부담을 느끼게 되는데, 이게 무슨 말인지 알 사람은 알 것이다.
<7. 삼성과 대한민국>
한국 법원의 판결내용을 보면,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한국법원은 삼성의 손을 들어주는 시늉은 냈지만, 판결 내용은 애플에 상처하나 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하라. 한국 법원은 애플에 4천만원 (삼성 2천만원과 퉁치면 2천만원), 그리고 이미 철지난 제품의 판매 금지라는 하나마나 한 처벌을 내렸다.
삼성과 한국 법원은 애플과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자국민들에게 삼성이 건재하다는 ‘언론플레이’에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내용을 집어넣으려 고심한 흔적이 역력히 보인다.
참으로 애썼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은 결코 삼성과 한국 법원의 이러한 노력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대한민국 개미들은 늘 삼성편이다.
삼성 욕하지마라.
지금의 삼성을 만든것은 대한민국 국민, 바로 당신들이니까.
[에필로그]
불현듯 얼마 전 끝난 드라마 “추적자”가 생각난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온갖 수단을 쓰던 김상중이 결국 대선에서 떨어지자, 상당수의 시청자들은 묘한 감정에 빠져들었다.
에이 그렇게까지 했는데, 차라리 대통령이 되었으면...
삼성이라는 거대한 왕국의 영생을 위해 대한민국 정치, 경제, 법조계를 완벽하게 움직일 수 있게된 천하의 삼성.
그 천하의 삼성이 할 수 있는 일이 따악 대한민국을 자기 맘대로 움직이는 것까지 밖에 안되는 현실.
대한민국의 위상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같아 오히려 서글픈 감정마저 든다.
Bozart
P.S: 오늘은 시간관계상 여기까지 얘기한다. 삼성의 미래에 대한 얘기는 시간나면 해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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